⌈이름없는 독⌋, ⌈화차⌋등의 일본 드라마를 통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접한 바 있지만 책으로 읽어보는 것은 처음이다.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구매 당시 오리지널 북커버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했었다. 물론 이벤트를 보고 충동구매를 하다 보니, 책이 도착하고 나서도 당분간은 책장에 꽂혀 있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어느 날 아! 이 책을 읽어야겠다 하는 순간이 온다.
가끔 미스테리만의 음침함과 긴장감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해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 같은 느낌을 생각했던 것은 큰 오산이었다. 같은 미스테리 소설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과는 전혀 달랐다.
비교를 해 보자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판타지 미스테리? 음 아니다. 결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두 작가가 같은 미스테리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다니 정말 알면 알수록 넓어지는 놀라운 소설의 세계!!
신간 발매 이벤트로 받은 오리지널 북커버.
번역본 북커버와는 다르게 겉표지 전체가 사진으로 되어 있다.
처음엔 오리지널 북커버를 대충 훑어보았었는데, 끝까지 다 읽은 후에 이 북커버를 다시 꺼내보았을 때.... 소름이 끼쳤다.
고성의 데생을 칠판에 사람이 분필로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이다.
성의 탑에 소녀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지만 보이지 않는다.
책의 내용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무서운 장면이 아니었는데 공포감까지 휘몰아친다.
마치 이 그림에 손을 대는 순간 저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든다.
스토리를 써 본다.
주인공 '신'은 어느 날 볼일이 있어 은행에 가게 되었는데, 은행 앞에서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 옆에 누군가 임시로 붙여놓은 듯한 그림이 있었다.
숲 뒤로 고성이 있는 데생이었는데, 신은 이상하게도 그 그림에 끌리게 되었다.
은행일을 다 보고 나서 다시 그 그림을 보러 갔지만 있던 자리에서 없어졌고, 잠시 후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그 그림을 발견하였다.
묘한 기운을 받아 그림을 가져오게 된 신은 기이한 경험을 한다. 살아 숨 쉬는 듯한 그림에 손을 댔을 때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아니, 그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그림 속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신이 사람의 모양을 그렸을 때 본인의 생각대로 행동이 가능한 것을 알게 되었고
그림을 매우 잘 그리는 같은 학교 여학생 '시로타'에게 본인의 아바타를 좀 더 사실적으로 그려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그런데 그림 속의 고성 탑에서 발견한 어린 소녀....그리고 또 다른 고성 방문자....
그 소녀가 누구인지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어 책장을 빠르게 넘기기 시작한다!!!!
고성 그림 안에 들어갔다 나오면 에너지가 죄다 빨려서 배가 고파지고 힘이 다 빠지고 속이 울렁거려 토하기도 하지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소녀를 구하기 위해 그림의 방문자들은 끝까지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빨리 나와!!! 당신들 그곳에 더 있다가는 죽어!!!
장면 장면이 사람을 몹시 긴장시킨다. 그림 속에 오래 있을 것만 같아서 걱정까지 하고 있다.
긴박한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져 기승전결 어느 구간이나 매우 강렬해서 손을 뗄 수 없었다.
꽤 두꺼웠지만 읽는 내내 마른침을 삼키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떻게 이런 박진감을 주는가......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었다. 올해 초 방영된 시그널.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바뀐다"는 유사한 설정이 시그널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이런 장르가 너무 좋은가 보다. 시그널도 한 세 번은 정주행한 것 같은데.ㅋㅋㅋ
초반부에 고성의 데생은 은행 로비 전시장에서 떨어져 누군가에게 밟히고 마는데,
그 발자국은 데생 속으로 들어온 방문자의 에너지를 빨아들여 점점 희미해지고 결국 말끔히 없어진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 때 이 책을 들고 갔었는데, 비에 젖은 뒤 책에 자국이 생겼다.
근데 비가 만들어낸 컨셉인가... 이 자국이 고성 데생의 자국이라며.... 나도 모르게 연관 짓고 있었다..... 난 이번 소설에 확실히 몰입했던 것 같다. 글을 쓰면서도 내가 너무 웃기고 놀랍다. 사실 아직도 이 책 속에 빨려 들어와 있는 기분이야....
판타지 미스테리 소설과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서 들었다.
혹시나 하며 재생하였는데, 분위기가 딱이다.
Brahms : Symphony No.1 In C Minor Op.68 - I. Un Poco Sostenuto 이건 '기승전'에서
Brahms : Symphony No.2 In D Major Op.73 - I. Allegro Non Troppo 이건 '결'에서.
어쩌다 보니 브람스 음악도 알게 되고, 좋구나. 나중에 우연히 이 음악들을 듣게 되면 사라진 왕국의 성의 한 장면이 떠오르겠지. 역시 음악은 독서할 때 주변 소리를 차단하기도 하지만, 몰입도가 극에 달하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어떤 장면을 추억하게도 한다.
이번에 제대로 된 인생 책을 만나게 된 것 같아 매우 기쁘다. 계속 떠올리고 싶다.
- 오늘의 북 리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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