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10)
봇쨩의 고장 마쓰야마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고장 마쓰야마에 다녀왔다. 지금까지 다녀온 곳 중에 가장 소소하게 즐거웠던 곳. 따뜻한 일본 소도시 여행은 정말 좋아. 앞으로 이런 소도시를 더 많이 찾아다니고 싶어졌다.
골목을 여행하며 이사온지가 벌써 6년이나 됐는데, 아직 이 동네에 벚꽃 스팟이 있다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좋은 점을 모르며 살아왔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보았다. 일어나자마자 출근 준비를 했고, 하루 8시간 이상은 회사에 있었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동네는 이미 거의 10~11시였다. 매일을 그런 루틴으로 살았다. 저녁 약속도 동네에서 있던 적은 거의 없었고, 이 동네에서는 집과 지하철 역 말고는 돌아다녀보지 않았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곳에서 사는 하루하루도 소중하다는 걸 이제야 깨닫고, 틈나는 대로 카메라를 챙겨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 동네에는 어르신들이 아주 많다. 많은 곳을 이사다녀봤지만 이 동네만큼 어르신이 많은 동네를 보진 못 했다. 동네 또한 어르신들의 생활에 맞춰진 구수..
벚꽃의 추억 이것은 무려 2019년 봄이다. 그때만 해도 마스크는 미세먼지 있을 때만 쓰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씁쓸하게 추억하는 사진들이 갑자기 생각나서 올려 본다. 올해의 벚꽃은 어떤 모습으로 보게 될까.
연남동 Rollei35 연남동 엘리카메라에서 필름카메라를 체험해보았다. 체험 모델은 롤라이 35였는데, 목측식 카메라의 매력에 푹 빠졌다. 노출계를 보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맞추는 것도 물론 즐거웠음.
제주도 퇴사여행 이틀간의 강의가 끝나고 나는 진짜 무계획으로 제주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혼자 이렇게 여행을 오게 될 줄이야. 내가 일을 그만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굉장히 꿈에 부푼 측면이 컸다. 나는 만들려고 계획해둔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런데 강의 준비로 프로젝트를 미뤘고 거의 진전이 없던 것에서 약간 조바심이 났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마음 정리를 좀 하고 다시 0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편해졌다. 노트북을 가져왔으니까 다른 짐은 최대한 가볍게 다녀오자 생각했다. 제주 맛집은 뭐가 있으니 뭘 먹어야 하고 이런 건 전혀 없었다. 무작정 걷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계획도 없었다. 걸을 수 있을 만큼 계속 걷기로 했다. 렌트를 하는 것보다 버스를 선택하기로 했다. 제주 바람이 부는 ..
물펠트 작업하던 날 서래마을의 니들펠트 공방에서 물펠트 작업을 했었다. 니들펠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몸이 힘든 고난이도의 작업이다.힘겹게 몇 시간 동안 체험 삶의현장을 촬영하는 기분으로 펠트가 뭉칠 때까지 비비고 또 비비고, 그렇게 해서 예쁜 손가방이 완성되었다. 아, 이렇게 정적이면서도 활동적인 취미생활이 또 있을까? 정말 매력이 넘치는 작업이다. 완성물이 나오면 내가 장인이 된 기분이다. 완성된 가방! 정말 너무 귀엽다. 아까워서 들고다니질 못하는데 언젠가는 들고 외출해야겠다.
오래된 필름 묵혀 둔 필름을 현상했다. 오래돼서인가? 몹시도 희한한 컬러가 잔뜩 나왔다. 필름 현상소가 얼마 없어서 서랍에 모아 둔 채로 깨끗이 잊어버렸다. 그러다 도쿄 여행 전날, 문득 카메라가 떠올랐다. 보호 커버로 대충 싸서 보관한 미놀타 x-700과, 자리 차지만 하고 있던 필름 몇 롤. 그렇지 몇 년 전인지는 모르겠는데 나 오사카 여행에서 필카 썼음. 사진을 보니 적어도 7년은 된 듯하다. 필름 두 롤에 장소도 다양했다. 그게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일 테니까, 카메라도 방치한 지 그쯤 됐겠지. 그때 샀던 새 필름들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버렸다. 이제 다시 사진 찍어야지. 오사카의 어느 시장에서. 노인 분들이 바둑 비슷한 걸 두고 계시는 풍경이 고즈넉하고 담백해보였다. 어찌나 드문드문 찍는지 갑자기 한국이다. ..
십일월, 서촌 5년만에 만난 친구와 서촌에 다녀왔다. 육아로 지친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 했다. 서촌은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기 좋은 곳이었다. 20년지기 친구를 만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늑한 곳곳의 분위기는 친구의 육아 스트레스와 나의 업무 스트레스를 풀기에 아주 적당했다. 책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뜨개질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편안했다. 아트북 서점. 몇 권 지를 뻔 했다. 이렇게 환상적인, 한옥과 영어의 조합이라니. 고즈넉함. 어이쿠 내친구 최탐정이네? 푸른 양귀비.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카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록도 박물관. 고통스러웠던 소록도의 키워드들.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 잡생각은 버릴 수 있도록. 텅 빈 벽에 조명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