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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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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랜75(2022) 초고령사회 대책으로 75세 이상의 노인에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국가에서 안락사 지원을 한다는 정책 ‘플랜75’가 통과됐다. 법이 통과된 이상 합당한 정책이니 플랜75를 상당히 미화하고 따뜻한 컨셉으로 광고한다. 광고 속에는 실제 노인이 출연해서 인터뷰를 한다. “태어나는 건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은 선택할 수 있으니 좋은 정책이잖아요” 머지않아 일어날 일 같아서, 마치 일본에서 지금 이런 움직임들이 있을 것만 같아서 공포스러웠다. “가시는 길 편히 가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여러분이 할 일이에요. 혹시라도 마음이 변하지 않게 잘 다독여드리시구요” 콜센터 교육 담당자도 로봇인가. 저기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도 나이를 먹습니다. 곳곳에 반발의 흔적도 보였지만 너무 소극적이어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책장# 맨땅에 제조 '제품 제작'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결심을 할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디자이너로 일하다 차츰 디자이너로 일하다 차츰 PO로 역할을 넓힐 땐 겁이 좀 나긴 했어도 일의 범주 안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성장을 경험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 대의 몇백 배의 두려움같은 게 느껴진다. 완전 낯선, 다른 세상이라서인가. 일상의 불편함을 관찰하다가 내가 디자인한 게 진짜 제품으로 만들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걸 만들어야 하는지, 왜 만들어야 하는지 기획하는 단계에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제품으로 만들어지는지의 과정은 정말 경험해 본 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그런 나에게 '맨땅에 제조'는 제조, 유통, 수출, 마케팅 등 제품을 만들어..
영화# 추락의 해부(2024) 사무엘이 죽은 모습을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아들인 다니엘과 그의 강아지 스눕이었다. 평소 그알을 좋아하는 나는 영화 속 경찰들과 프로파일러가 범죄를 파헤치는 동안 같이 그 동선을 따라가 보았다. 부검으로도 사망 원인을 판단하지 못하고, 실제 사람이 떨어진 높이나 각도, 피가 튄 위치 등으로도 범인이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아내인 산드라가 용의자로 재판을 받게 된다. 사고인지 자살인지 살인사건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근 1년 간 공판을 벌이면서 남편의 사망 원인과 연관이 없다고 봐도 무관한, 산드라의 부부관계와 가정사가 낱낱이 디테일하게 까발려진다. 산드라는 매우 담담하게 그 오랜 시간 동안 피고인으로 심문에 답한다. 화를 참고 말하는 모습을 보는 내내 나의 속도 문드러질 것 같았다. 과연 추락이 남편..
영화# 나의 올드 오크(2023) 시리아 난민이 영국 북동부 폐광촌으로 집단 이주를 했다. 난민들과 폐광촌 사람들의 실랑이, 애원, 비난, 조롱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일이 벌어지는 장면들과 시리아 어린이들의 겁먹은 표정을 교차하며, 마치 프로젝터에 사진을 끼워 한 장씩 보여주는 듯한 스틸컷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목소리들은 너무나 위협적이면서도 이해도 가는 장면이었다. 나라를 두고 올 수밖에 없는 난민의 입장이든, 모두 떠나고 얼마 남지 않은 폐광촌 동네 주민의 입장이든 먹고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는 중에도 THE OLD OAK를 운영하는 TJ는 야라를 진심으로 돕는다. 폐광촌 주민의 조롱으로 깨져버린 카메라를 자신의 삼촌이 쓰던 오래된 카메라 두 대를 팔아 수리를 해 준다. 동네 주민과 난민들과의 사이도 TJ와..
책장# 브러시에 낀 먼지를 떼어낸다는 것은 나는 분며들었다. 낙서 같지만 디테일한 요리후지 분페이의 그림체와 위트에 반해버렸다. 그의 직업적 권태는 글쓰기와 스케치로 탈출한 것 같다. 머릿속이 헝클어져 있을 때 가만히 일상의 풍경과 사물들을 보면서 평안해지는 경험을 해 봤다면 이 책은 정말 공감이 갈 것이다. 그는 잠시 일을 쉬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글을 쓰고 그동안 만들었던 디자인들을 정리하고 모아놓았다. 그때 이 시안은 이런 이유와 의미가 있었지. 아 이건 정말 그럴싸 했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A-1, A-10, A-20으로 북커버 디자인 시안이 이어지는 재미, 그리고 각 시안의 모티브가 된 요소들도 그렇게 흥미로울 수 없었다. 더욱 재미있었던 건 책 속에서 시안을 정리하는 요리후지 분페이의 신남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스스로 돌아보며, ..
책장# 연수 회사에서 일어나는 해괴한 일들에 치이고 있다. 하루 중 8시간 이상. 나는 요즘 이 시간이 아까워 미치겠다. 벌여놓은 일도 많아서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은데 그런 소모적이고 이상한 일들에 기가 빨리면 정말 해야 할 일들이 잘 되지 않는다. 요즘의 나는 많이 지쳐있고, 회복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 이런 심신 상태에서 완독이란 쉽지 않았다. 참 안쓰러운 나에게 조금의 리듬을 준 책. 간만의 완독이다! ’연수‘는 운전연수의 연수였다. 강사님과의 대화를 읽다 보면 갑자기 십여 년 전 초보운전일 때로 돌아가 같이 헤매게 된다. 당시 방문연수를 하던 강사님은 완전 스파르타 식이었다. 자기 차를 가져와서 연수를 해 주었는데, 강사님의 차는 조수석에 브레이크가 달려 있어서 내가 운전을 잘하지 못해도 옆에서 능숙하게 조작..
책장# 스타트업 디자인 씽킹 앙트레프레너 이 단어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이미 6~7년 전에 단어를 쓰고 있었다는 것부터 창업가, 기업가에서 조금 진화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단어였다. 정확히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는 지금도 어렵다. 그러나 앙트레프레너 라 했을 때 주변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긴 했다. 확실히 보기 드물고, 보고 싶다. 지인 한 명은 말했다.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스티브잡스 느낌 아니냐며 가 주변에 상사로 있다면 업고 다니겠다고. 그 말에 나도 공감했다. 공감 갔던 내용들 7가지 디자인 마인드와 디자인 씽킹의 과정을 매칭하여 어떤 과정에서 어떤 마인드가 필요한지 알려주었는데 굉장히 설득되는 이론이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여서 더 공감이 더 갔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의 해결방법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책장#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업무 스트레스와 반복되는 생활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출구여서 여행만을 기다리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밖에 나가는 것도 조심스럽게 돼버렸다. 다시 자유롭게 다닐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 우리들의 여행은 얼마나 소중했던가. 언어도 안 되는 낯선 곳에 갈 계획을 짤 때의 두근거림, 비행기 이륙할 때의 간질간질함과 착륙할 때의 두려움..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은 쉽게 누릴 수 있었던 게 아니었다. 코로나가 이렇게까지 장기화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특별하게 여행하던 그때로 돌아가게 해 주었다. 가고 싶거나 가보았던 곳들에서 있었던 일들을 편지로 읽으니 답답했던 기분이 살짝 뚫리면서, 코로나는 이제 끝이 났고 우리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