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Media

책장# 연수

회사에서 일어나는 해괴한 일들에 치이고 있다. 하루 중 8시간 이상. 나는 요즘 이 시간이 아까워 미치겠다. 벌여놓은 일도 많아서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은데 그런 소모적이고 이상한 일들에 기가 빨리면 정말 해야 할 일들이 잘 되지 않는다. 요즘의 나는 많이 지쳐있고, 회복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 이런 심신 상태에서 완독이란 쉽지 않았다. 참 안쓰러운 나에게 조금의 리듬을 준 책. 간만의 완독이다!

’연수‘는 운전연수의 연수였다. 강사님과의 대화를 읽다 보면 갑자기 십여 년 전 초보운전일 때로 돌아가 같이 헤매게 된다. 당시 방문연수를 하던 강사님은 완전 스파르타 식이었다. 자기 차를 가져와서 연수를 해 주었는데, 강사님의 차는 조수석에 브레이크가 달려 있어서 내가 운전을 잘하지 못해도 옆에서 능숙하게 조작을 하셨다. 홍대입구역 근처를 지날 때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쌍욕을 하기도 했다.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내가 초보운전자가 되었다. 실제로 운전을 못 하게 돼 버린 느낌도 들 정도였다.

총 6개의 단편으로 구성돼있는데 그중 가장 재미있는 소설은 ⌜라이딩 크루⌟였다. 이 책을 구매하기 전에 지인에게 추천을 받아 살짝 기대감을 가졌었다. 그런데, 기대보다 훨씬 더 재미가 넘쳤다. 출퇴근 시간에 읽으면서 지하철에서 이렇게 마구마구 웃으면서 읽은 건 너무 오랜만이었다.

장류진 작가를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소설집으로 알게 됐었다. 당시 나는 판교에 있는 회사에 다녔는데 출퇴근할 때 늘 지나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육교가 책 표지에 나와있었다. 게다가 책 소재로도 회사가 나오다 보니 장면 하나하나가 더 구체적으로 상상되어 엄청 재미있게 읽게 됐다. 몰입도 최고! 연수도 연장선으로 매우 몰입됐다. 살아가는 소소한, 때로는 찌질한, 이불킥 할 것 같은 모습들 너무나 내 옆에서 일어나는 일들 현실감에 오랜만에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어떻게 이런 일상이 소설일 수가 있을까. 이건 그냥 일기 쓴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냥 현실이었다. 몇 년이 지나 내가 쓴 일기를 읽어볼 때도 이런 기분일 것 같다.

조금은 회복해서, 앞으로 책을 더 가볍게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