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제작'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결심을 할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디자이너로 일하다 차츰 디자이너로 일하다 차츰 PO로 역할을 넓힐 땐 겁이 좀 나긴 했어도 일의 범주 안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성장을 경험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 대의 몇백 배의 두려움같은 게 느껴진다. 완전 낯선, 다른 세상이라서인가.
일상의 불편함을 관찰하다가 내가 디자인한 게 진짜 제품으로 만들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걸 만들어야 하는지, 왜 만들어야 하는지 기획하는 단계에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제품으로 만들어지는지의 과정은 정말 경험해 본 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그런 나에게 '맨땅에 제조'는 제조, 유통, 수출, 마케팅 등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모든 과정들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 준 책이다. 이런 친절한 멘토 같은 책이 있다니. 나는 지금 고마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이렇게 하세요, 마치 정답인 양 알려주는 책은 진짜 혐오하는데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모아컴퍼니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발로 뛰고 직접 제조에 뛰어들고 발품을 팔며 제품을 만들어가는 끈질긴 과정, 그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아주 상세하게 담겨 있었다.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다. 누구나 처음이라는 게 있다. 주변에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제품 생산을 도와주는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며 제조 관련 사람들과 진심으로 꾸준하게 소통하면 된다. 제조 관련 공부는 필수다. PM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 디테일하게 작업하는 건 아니지만, 소통을 위한 질문과 공부가 필수였던 것처럼.
책에 울림이 너무 커서 두려움보다 설렘 쪽으로 기울었다. 낯선 분야에 도전하는 거 정말 어렵고 힘든 과정일 것 같은데 그걸 겪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제품이 팔리는 게 중요하지, 만드는 과정은 시도하면 되니까.
책을 다 읽고, 첫 페이지와 마지막 내용을 비교해봤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시절로 시작해, 작은 시작과 꾸준한 시도들을 하며 성장의 경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져있는 모습에 감격하고 벅차올랐다. 물론 그 사이에 있던 고생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고생 해 보고, 이런 쾌감 느껴봐야 하는 거 아닌가? 결심했다면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 최근에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알게 되고 길이 조금씩 열리는 것 같다. 겁먹지 말고 시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에필로그 중 하나가, 이 책을 읽고 누군가는 과감히 포기하고 누군가는 그럼에도 해 보고 싶어질 거라는 내용이 있는데, 팔릴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해 볼 생각도 하지 않고 끝내는 것보다는 해 보고 망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해본다면 팔리게 해야지. 아 너무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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