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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Media

영화# 플랜75(2022)


초고령사회 대책으로 75세 이상의 노인에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국가에서 안락사 지원을 한다는 정책 ‘플랜75’가 통과됐다. 법이 통과된 이상 합당한 정책이니 플랜75를 상당히 미화하고 따뜻한 컨셉으로 광고한다. 광고 속에는 실제 노인이 출연해서 인터뷰를 한다. “태어나는 건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은 선택할 수 있으니 좋은 정책이잖아요” 머지않아 일어날 일 같아서, 마치 일본에서 지금 이런 움직임들이 있을 것만 같아서 공포스러웠다.

“가시는 길 편히 가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여러분이 할 일이에요. 혹시라도 마음이 변하지 않게 잘 다독여드리시구요” 콜센터 교육 담당자도 로봇인가. 저기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도 나이를 먹습니다.

곳곳에 반발의 흔적도 보였지만 너무 소극적이어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미 정책으로 만들어버린 정부에 승복한 것인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건지. 국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의미인가. 도대체 어떤 절차로 승인이 떨어졌나.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반대하는 의견은 반영이 된 건가. 반발이 가능하다면 제발 되돌려 주세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고독한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도 주변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보내기도 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분명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있다. 해 지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고, 흥얼흥얼 노래할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울림과 위안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에서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결국 플랜75를 만들어냈고 노인들은 국가와 젊은이들의 눈치를 보며 쓸모없어진 내가 사라져야지, 안락사라는 선택을 스스로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영화 속 플랜75의 직원들도 결국 인간이다. 일을 하면서 분명 자괴감이 들었을 거다. 인간이기에,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가슴속에 품고 일했을 것이다.

사과나무 아래에서 내일 다시 만나요…
다신 보지 않을 것처럼 사요나라 라고 말하지 말고, 죽음을 선택할 생각조차 들지 않게 사는 동안 같이 더 행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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