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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sign

두 번째 강의를 했다

8월부터 새 삶은 시작되었다.

두 번째 강의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신기한 일이다. 지금까지 잘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좋은 기회가 또 오다니. 내가 정말 열심히 해 왔던 것일까. 그동안 했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약간의 자만심을 표출해 본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 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제주도 강의가 끝나자마자,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다음 강의 준비를 했다.

두 번째 강의는 패스트캠퍼스에서 하게 됐다. 강의 타이틀은 개발자와 협업하는 디자이너를 위한 실무 역량 강화 캠프. 개발자와의 협업이라면 지난 몇 년 간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협업(이라 쓰고 싸움이라 읽는거라능)을 해 왔고 특히 2018년에는 개발자 여러분께 새로운 기술 도입을 제안하면서 같이 이것저것 시도해본 게 많았던 터라, 강의도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지 신명나는 일 만은 아니었다.

막상 커리큘럼을 짜 보니, 단순하게 즐길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바일 UI 디자인의 전반을 다뤄야 했고 나는 실무에서 겉핥기만 한 것일 수도 있었다. 툴을 가르쳐주는 건 사용 방법의 문제들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준비했었다. 수강생 분들께도 딱 원하던 내용이었다고 피드백을 받았었지. 그런데 이번 강의는 UI 디자인의 개념부터 시작해서 개발자와 협업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실무에서 해 온 것보다 더 깊이 파고들어야 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디까지 설명을 해 드려야 실무에서 바로 활용 가능하면서도 유익한 강의가 될까. 정말 자료 준비는 인내의 시간이었다. 회차별 강의 자료와 실습 파일을 만들면서 부담도 있었다. 혹시 나의 강의가 부족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컸고, 그래서 나도 더 많이 공부했다. 10월이 되자, 시간이 갑자기 빨리 흐르기 시작했다.

10월 15일, 강의 당일이 되었다. 오 이거 생각보다 말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4회의 강의시간이 순삭 되었다. 수강생 분들은 어떠셨을까? 마지막 강의가 끝났을 때 그분들께 진심으로 좋은 디자이너가 되시길 바라는 마음을 이야기했다.  강의가 끝날 땐 으레 그렇게 하겠지만 수강생 분들에게 박수를 받고 나서 아, 이제 비로소 끝났구나, 못 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과 뿌듯함이 밀려왔다. 4회 강의에 대해 고생했다고 격려받는 기분에 매우 감사했는데, 수강생 몇 분께 명함도 드리게 되었다.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좋은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 더 좋은 기회는 올 것인가. 이번 경험을 통해서 격하게 공감 가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아무 일이 일어나고 싶어서 뭘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실행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 

퇴사 이후 쉼 없이 달려왔다. 아니 사실, 디자이너가 된 이후 느지막이 시야를 넓히게 되면서부터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 멋진 환경을 최대한 즐기고 싶어서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감사한 기회까지 얻었다. 이번 강의를 통해서 무엇보다 스스로 공부가 정말 많이 되었다. 언제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시고 강의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은인같은 분들이 더 좋아졌고 더 많이 감사하게 되었다. 보답해야지. 그러나 누구보다 나에게 감사 후후후.

토닥토닥,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