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dkservice에서 일하는 지인으로부터 제의가 하나 들어왔다. Sketch와 UI 디자인 기초에 대한 내용으로 강의를 해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강의라니, 그것도 '제주도'라니, 완전 낭만적이지 않은가?!?!? 타이밍도 아주 딱이었다. 때마침 7월 31일이 퇴사 예정일이었다. 나는 좀 더 가치있는 일을 하기 위해 퇴사를 결정했다. 그런데 회사를 나온 후 처음으로 만드는 산출물이 다름 아닌 이틀간의 스케치 특강이 되는 것이다. 신기한 일인 동시에 놓치기 아까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직감했다. 멋진 출발을 만들어보자 생각하고, 강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수강 인원은 총 18명.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이틀간 총 6시간을 진행하기로 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일단 무조건 화이팅!
강의를 맡게 된 dkservice UI 디자인팀은 web과 mobile web의 UI 디자인을 위해 스케치를 사용하려는 단계에 있었다. 서비스 운영 디자인을 주로 해 왔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스케치 사용방법뿐 아니라 UI 디자인에 대한 내용도 필요했다. 또 운영 디자인을 함께 하기에 포토샵과 스케치를 병행하는 단계여서, 퇴사한 회사와 업무환경도 비슷했다. 실무적으로는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현업에서 무리 없이 일을 하는 것과 '강의'를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정보의 단편만을 알아서는 수강자들의 궁금증을 깔끔하게 해소해줄 수 없다. 질문을 받았을 때 쉽고 명쾌하게 설명을 해 드려야 하기 때문에, 실무에서 사용했던 디자인 노하우보다 훨씬 더 자세하고 명확한 내용을 알 필요가 있었다.
그리하여 퇴사 이후에 하려던 프로젝트는 잠시 미뤄두고, 강의 자료를 준비했다. 이 기간 동안 스스로 엄청 공부가 되었다. 이것도 모르면서 UI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니 이런 바보가? 라며... 반성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준비하는 중간중간 내 프로젝트 생각이 나서 집중하지 못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료는 만족스럽게(겨우) 마무리 지었다.
강의의 커리큘럼을 크게 아래의 주제로 나눠서 준비했다.
- DAY1 : UI 디자인의 기초와 스케치 툴 사용방법
- DAY2 : 스케치를 더 잘 활용하는 방법, 개발자와 협업하기
7월 마지막 주부터 준비했는데, 8월이 되니 시간이 점점 빨리 흐르기 시작했다. 자료 마무리 단계에서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빛의 속도로 하루하루가 가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 dk의 회의실 강단에 서 있는 나를 발견 뜨어업!
열정적인 디자이너 분들께서 출근하자마자 각자의 아이맥을 가져오셔서 세팅을 하셨다. 너무나 고생이 많으셨기에 강의에서 얻는 정보가 도움이 꼭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간단한 퀴즈를 내고 선물을 하는 코너를 마련해보았다. 아이스브레이킹이었다 할까. 모쪼록 유용하게 사용하셨길 바란다.
DAY 1 : UI 디자인의 기초와 스케치 툴 사용방법
해상도와 유닛 알아보기 / 스케치 인터페이스 살펴보기 / 레이어, 툴바, 인스펙터 사용해보기 / 스케치에서 아이콘 만들기 / 에셋 종류와 내보내는 방법 / 심볼의 개념 및 사용방법 / 리사이징으로 반응형 웹 구성하기 / 컬러 팔레트 구성해보기 / 타이포그래피 스타일 만들기 / 데이터 활용하기 / 유용한 플러그인 등.
중간중간 몇 가지 질문과 답변도 하며 진행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중간에 내 말이 빠른지도 물어보면서 진행을 했고 나름 많이 준비했다 생각을 했는데 왜 이 많은 것들을 거의 다 한 거지? 다행히 뒷부분에서 실습을 같이 더 해 보면서 겨우 시간을 맞췄다. 첫날 강의가 끝나고 나서 디자이너분들께 피드백을 받았다. 딱 원하던 정보들이었다고 말씀도 해 주셨지만 이런 피드백도 있었다.
"강의 속도가 빠르진 않았는데, 메뉴를 찾는다든지 실습할 때 쫓아가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안 쉬고 계속 수업하셔서 힘드실 것 같았어요. 저희는 50분 수업하고 10분 쉬고 할 줄 알았는데 한 번밖에 안 쉬셔서..."
악.....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감사한 피드백! 그래서 두 번째 날에는 좀 더 많은 질문을 요청드렸고 실습 위주로 속도를 늦춰 진행하였다.
DAY 2 : 스케치를 더 잘 활용하는 방법, 개발자와 협업하기
일러스트로 아이콘 만들어 불러오기 / 불리언 연산 활용하여 아이콘 만들기 / 타입별 버튼 만들기 / OS별 기본 제공 KIT 활용하여 공부하기 / 그리드 규칙 정하기 / UI KIT 라이브러리 만들기와 관리하기 / 프로토타입 / 제플린 플러그인 활용하기 / 디자인 시스템 개념 알기 / DOCS로 공부하기.
다행히 첫날에 기본적인 개념에 관한 내용은 거의 다 한 상태여서, 디테일하게 툴을 다뤄보는 연습을 더 많이 했다. 특히 아이콘이나 버튼 만들기 실습에서는 다들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주셔서 나도 신이 났던 것 같다. 추가적으로 프로토타이핑 방법, 제플린 사용방법, 디자인 시스템에 관한 소개까지 마치고 수업이 끝났다. 정신없이 마무리 지었는데 끝까지 잘 들어주시고 적극적으로 질문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했다.
지인은 너무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격려해주셨다. 디자이너 분들도 열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강의 듣는 게 훨씬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한다. 와 정말 다행이다. 이번 강의를 통해 진짜 많은 것을 얻었다. 시간 분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강사의 리듬이 아닌 수강자 분들의 리듬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사전 지식을 정말 깊게 공부해야 한다는 점 등. 어쨌든 나는 정말 좋은 경험을 했고 초큼 만족스럽다.
그렇게 무사히, 뜻깊은 강의가 끝났고, 나는 제주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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