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Media

책장# 마스다 무네아키 - 지적 자본론

디자이너가 지적 자본론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은 기획자가 디자이너여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디자이너가 가지고 있는 지적 자본의 프라이드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듯하다.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기획자, 기획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결국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기서 디자이너란? 자신의 감각과 기술을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고객'또는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창조하는 것이므로, 이런 포괄적 의미로 보면 '기획자가 디자이너여야 한다'라는 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의미를 이해하는 순간,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 '모두가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라는 말을 접하게 된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다.
"기획자만이 살아남는다"
모두가 기획자라면? 디자이너가 가지고 있는 지적 자본을 가지고 기획을 할 수 있다면 더욱 괜찮은 제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업의 구성원 각자가 쌓아온 지적 자본으로 무언가 무한한 제안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굉장히 희망적이었다. 이노베이션은 아웃사이더가 일으키지만, 전문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한 지적 자본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결국 오랫동안 한 분야를 파 온 사람일수록, 기업에서 자신이 어느 영역에서든 필요한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발견하곤 한다.
도입부의 인터뷰 장면부터 굉장히 날카로운 지적을 받은 기분이었다.

기획을 일의 일부로만 받아들이는 사람과는 절박감의 강도가 전혀 다르지요.

기획 분야에 한정된 이야기는 분명 아니다. 월급을 받으려고 일을 하는가,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디자인을 하는가. 다행히도 나는 어디 가서 '월급루팡'이라고 욕먹고 다니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한 개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까지 어떤 고민을 얼마나 했으며, 담당자들과는 의견 교류와 협업이 얼마나 이루어졌을까? 내가 제시했던 비즈니스 모델은 과연 혁신적이었는지,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저자가 회사를 약 30년 동안 이끌어오면서 나타난 빈번한 조직 변화에 대해서 항변(?) 하는 페이지들이 있다. 한결같은 신념과 본질에 대해서 굳이 그렇게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변명 같은 증거를 대는 방식으로 책을 써야만 속이 시원했던 건지는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경쟁 업체들과도 더 이상 효율이나 사용성으로 차별을 두기에는 포화상태인 이런 시점에서, 본질을 유지한 채 이노베이션을 일으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대한 일인지는 시도해본 사람만이 증언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조직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오랜 기간 꾸준히 성장 가능했던 것은, 이제껏 지적 자본을 튼실하게 축적해 왔기에 제안에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츠타야 투어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책의 맨 뒷장에 지역별 츠타야 서점의 사진 등이 실려 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웅장하다. 우리나라 서점이나 도서관들과의 차이점에 대해 조사해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필사해보기 위해서 일서를 구매하였다. 「읽는 인간」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굉장히 깔끔한 표지에, 내용을 알고 있으니 필사하기 좋을 것 같다. (책표지도 소프트 커버라서 더욱 좋다.)
오늘의 북리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