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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Media

책장# 임태수 - 날마다 브랜드

브랜딩에 대해 고민할 일이 많은 요즘이다. 그래서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나는 이 책의 제목과 출판사를 보고는, 찾고 있던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날마다 브랜드' 라는 제목의 의미는 아마도 일상의 모든 것이 브랜딩과 연결되어있다는 뜻이겠지. 이런 분야로 업무 이외의 시간에 이야기를 하는 건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닌데 왠지 모르게 수다를 떨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디자이너와 기획자는 서로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어느 정도는 경계를 풀고 열린 마인드로 의견을 나누고 협업해야 한다. 특히 디자이너는 기획 의도를 명확히 판단하여 서비스의 방향이 틀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굉장히 많은 대화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 한 경우가 종종 있다. 작업자의 성향 때문에 그런 경우도 있고, 조직 환경에 의해 협업의 문턱을 넘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말을 해도 대화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ㅋㅋㅋㅋㅋ) 그런 부득이한 점을 핑계 삼아 소통하지 않는 사람은 점점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고 만다. 협업이 불가능하다면 생각이라도 깨우치자며..페이지를 넘기다 혼자 끄덕끄덕을 몇 번은 한 것 같다.


픽셀이 깨져 있거나 디자인이 이상하거나 하는 인쇄 광고를 발견하면 농담으로 직업병 아니냐는 얘기를 하며 웃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도 직업정신은 종종 필요하다. 이 책을 읽고 직업병이라는 단어가 좋은 의미를 가진 거라고 장담할 수 있게 되었다. 사물을 바라볼 때 디자인 관점에서 한 번쯤 시각을 달리 해 볼 필요가 있다. 일상의 모든 것에는 디자인이 빠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시선으로 깊이 관찰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오랜 시간동안 무의식적으로 배어 있는 습관이라 생각한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좋아한다. 이런 새로운 경험들을 하면 왠지 모르게 디자인도 더 쉽게 풀린다. 결코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다른 것을 관찰하기 전에 '나'라는 브랜드는 어떤 느낌일까? 나는 나를 브랜딩 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게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흘러가버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뭐라도 하려 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나를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것이 나라는 브랜드인가? 지금까지 해 왔던 일본어 공부는 재미로 계속 하고 있을 뿐이지만 1만 시간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열심히 노력해 왔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런 모습들을 겉으로 표출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것이 스스로 하고 있는 브랜딩이었나!! 재미있는 공부와 취미생활들을 꾸준히 하다 보면 나중에 무언가 되어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하기도 한다. 그런 생활 습관들이 내가 가진 브랜드일까!


아이러니하게 지금 이 책과 같이 읽고 있는 「僕たちにもう、モノは必要ない」에선 남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이 책에선 나자신도 브랜드가 될 수 있고 복장이나 인상 등에 따라 일하는 스타일이 파악 되니 겉모습 또한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모든 것을 버리고 살아가는 그남자는 어떤 이미지일까? 미니멀 라이프가 그의 브랜드인가! 그 책을 보고 나서 버릴것은 버리자고 생각한 나는 귀가 얄팍한 것인가!! 소신이 없는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래. 그냥 하던대로 하면서 살면 될 듯. 정신만 좀 차리면 되지 않을까? 집 청소는 좀 해야할 듯.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은 좋은 브랜드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하철 7호선을 좋아한다.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추억이 있어서다. 출근할 때 들었던 기관사의 방송이 인상적이어서, 지금은 타고 다니지 않는데도 7호선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마치 디제잉 하듯 방송으로 내보내주신 격려의 메시지는 대략 이랬다. "승객 여러분, 아침 저녁으로 쌀쌀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 하루도 힘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보통 뚝섬유원지를 지나 다리를 건널 때 방송을 하셨는데, 밖으로 비치는 햇살을 받으면서 듣는 메시지에 피곤함이 가신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가 끝나고 3호선 기관사 분도 안내 방송을 내보내셨고 승객들은 박수를 쳤다고 한다. "집회에 참여하신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집회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승객 여러분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도 그때 그 방송을 들었다면 또 다른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책 곳곳에 작가의 깨알센스가 돋보여서 좋았다. 간간히 본인의 혼잣말을 구석에 써 놓거나, 책장 넘기는 소리와 촉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어떤그런 장치가 좋았다. 업무 외에 이런 이야기를 책을 통해 나누고 공감할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오늘의 북리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