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지금 내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난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파란만장했던 디자이너 인생과, 매일 왜 야근하는가, 누구를 위한 일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다.
작년 1월부터 8월까지 앱 개편 작업으로 내리 야근을 했다. 나는 GUI 커먼가이드라인 작업을 하며 팀 내부 인원 및 관련 부서와 커뮤니케이션 담당을 했다. 전체 플로우는 아무도 몰랐다. (정리된 문서 자체도 없었다) 담당 부서에 아무리 설명을 하고 요청을 해도 플로우가 왜 필요한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협의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앱의 전체 화면을 일일이 캡쳐해서 분석하고 공통적으로 적용될 부분을 추려 내 디자인했다. 답답하기도 했고, 프로젝트를 완수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당연히 결과물은 아쉬움이 컸다.
앱 개편 후, 회사에서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입지가 조금은 생겼다. 게임회사 출신이라고 UI나 인터렉션은 불가능할 거라는 윗사람의 고정관념 때문에, 입사 1년 반 만에 겨우 찾아온 기회였다. 긴긴 노력 끝에 그 기회를 잡은 것이다. 지금은 나름 인정받게 되었고 좀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기회를 잡고 활용하는 데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잡은 기회는 이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열심히 했다.
물론 원성준님처럼 티나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시간은 거의 없다. 우리 팀의 목표는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빨리빨리빨리, 시안은 빨리. 작업도 빨리. 고민도 빨리. 천천히 빨리. 따라서 이곳에서의 야근이란 '일이 미치게 많아서 회사에 좀 더 남는 것'이다. 책의 내용처럼 모든 일이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일하는 마인드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목표는 완성도보다는 빠른 시일 내로 오픈하는 쪽이었다. 아주 가끔은, 이곳에 있는 게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동료들과 신세 한탄을 하기도 한다.
저마다 자기의 방식으로 커리어패스를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러하다. 회사 일에 휘말리기 싫어서 주말 모임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고(실패로 끝났지만), 일 생각을 하기 싫어서 취미생활을 하기도 한다. 일이 아닌 다른 것을 하는 것 또한 커리어 패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언젠가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발판이 될 거라 생각한다. 책을 읽기 전에도 그랬고, 책을 읽은 후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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